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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Wonderland
쏟아지다(2012.01.05.) 본문
ㅡ 결국, 너도 기억하고 있었던 거 잖아.
얼굴을 감싸고 주저앉아 있는 새,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판을 긁어대는 듯한 쇳소리. 그 소리가 만들어내는 공기의 파동에 나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ㅡ 기억 같은 거, 하지 않아.
힘들게 입술을 달싹였다. 쇳소리는 희미하게 웃으며 오른 귓가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왼 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ㅡ 거짓말.
거짓말.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일까. 나는 정말 다 잊었던 것일까? 지워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 문득 폭우에 수문 열리 듯 닫아둔 기억들이 터져나왔다. 기억들은 하나같이 날이 서 있어 내 몸에 생채기를 냈다. 어둡고 끈적이며 날카로운 기억들. 나는 비명을 질렀다.
좋았던 것들, 그 것들은 다 어디에 있지? 나는 차마 눈을 뜨지 못하고 두 손만을 내밀어 내 쏟아진 기억들을 더듬었다. 따끔하고도 뜨거우며, 동시에 차가운 감촉들이 나를 사정없이 찔러댔다. 베인 상처가 뜨끔하여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었지만, 나는 그 참혹한 기억들을 볼 수가 없어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ㅡ 네가 찾는 건 여기 없어.
쇳소리가 가까워졌다가 또 멀어졌다. 쇳소리는 나를 비웃고 있었다. 희미한 숨소리가 기긱대는 기이한 웃음소리로 변했다. 진저리가 나 귀를 막아보았지만, 웃음소리는 내 반고리관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ㅡ 내 기억, 어디에 둔 거야? 어디갔지? 내 따스한 기억, 네가 다 가져가 버린거야?
웃음소리를 떨쳐내기 위해 소리를 질러댔지만, 웃음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ㅡ 돌려줘. 내 기억을 돌려줘.
ㅡ 네 기억을? 네 기억은 여기에 있잖아.
웃음소리를 견딜 수 없어 쏟아져버린 기억들 위에 얼굴을 묻었다. 문득 온 몸에 뜨끔하고 끈적이는 감각이 파고들었지만, 몸은 아프지 않았다. 심장을 꼬챙이 꿴 듯한 감각만이 나를 지배했다.
ㅡ 이런 것들 말고, 네가 가져간 내 좋은 기억들을 돌려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상실감. 그와 동시에 웃음소리가 뚝 그쳤다. 그리고 한참을 끅끅대는 내 곁에 다가온 쇳소리는 속삭였다.
ㅡ 그런 건, 애초에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