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matism
기억에 갇힘 (2004.09.14)
Liddell
2010. 11. 24. 10:11
기억에 갇혀 산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 어떠한 것을 보더라도
그 기억의 벽을 통해서만 인지할 수 있다.
기억의 벽은 잿빛.
그러니 세상의 그 모든 것은 잿빛이 될 수 밖에.
나의 앞에도 찬란한 세상을 잿빛으로 투영하게끔 하는 벽이 있다.
기억의 벽.
당시엔 달콤한 꿈의 안개로 다가와
어느틈에 웅장하고도 견고한 벽으로 남은 그 기억.
세상을 밝게 수놓는 아름다운 꽃마저도
흑백무성영화와 같이 소리없는 칙칙한 영상으로만
남겨버리는 잔인한 기억.
그 사람의 새까만 눈동자도,
하얀 그 웃음도,
흐릿한 잿빛으로 남겨버린다.
뚜렷하지 않은 영상.
나는 기억의 벽에 갇혀있다.
그 사람이 남긴 커다란 기억속에 갇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