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nderland/Complexed

그리스도인과 동성애, 차별 금지법 (2008)

Liddell 2011. 4. 25. 19:10

얼마 전, 극장가를 거닐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한 포스터를 보고 한참을 그 앞에 서 있었다. 네 명의 여학생이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있는 그 새까만 포스터에 여고괴담5’ 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여고괴담>. 매년 여름이 되면 대한민국의 극장가에는 꼭 한 두 편의 공포영화가 걸리곤 하는데, 잊혀질 법하면 후편을 들고 그 자리를 찾아 들곤 했던 낯익은 이름이다. 1998년도에 시작되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며 다섯 번째 시리즈물을 내놓은 이 공포물은 결코 동성애와 무관하지 않다. <여고괴담 3: 여우 계단>을 제외하고는 여학생들 사이의 일명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관계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SF 판타지 영화의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영화들이 소설과 마찬가지로 현실에 있을 법한, 하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영화의 주제가 된 동성애가 현실 속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 이렇게 말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극도의 혐오감을 표현하곤 하는데, 대체로 이 혐오감이란 매우 무조건적이고도 강렬하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배척되고 있는 이 동성애를 한 사람의 지성적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1.     정의

우선 동성애가 무엇인지, 과연 어떤 사람들을 동성애자로 바라봐야 하는가 고민해보자.

 

출판사 <민중서각> <국어대사전>에서는 동성애를 동성인 사람끼리의 사랑 [homosexual love]’ 이라 정의하고 있다. ‘동성인 사람이란,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데, 이 것이 선천적인가, 후천적인지는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다. 플러신학교 심리학부 교수 잭 볼스윅의 주장에 따르자면 인간의 성은 자연적 성, 사회적 성, 성적정체성, 성적 지향성의 4가지 층위로 구분된다. 이 중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일컫는 이란, 자연적 성을 의미하는데, 이는 타고난 신체를 바꿀 수 없었던 과거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학이 발달하면서 염색체의 형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체의 겉모습을 바꾸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적인 양상을 변화시킬 수 있게 되었는데, 여기서 크게 작용하는 성의 층위는 성적정체성이라고 생각된다. 실제 어릴 적부터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여기고 살아온 하리수씨가 자신의 성적정체성에 따라 성전환수술을 통해 신체적 여성이 되고, 국가로부터 무려 ‘2’로 시작되는 주민등록번호를 인정받은 이야기는 매우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성적정체성이 중요해짐에 따라 과거와는 달리 동성인 사람의 정의가 매우 불분명해졌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여성의 마음을 지닌 남성 A씨와 남성의 마음을 지닌 남성 B씨가 있다고 하자. A씨는 여성의 마음으로 B씨를, B씨는 남성의 마음으로 A씨를 사랑한다고 할 때, 과연 동성연애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A, 혹은 B? 아니면 둘 다? B씨는 몰라도 A씨를 동성애자라고 칭하기는 살짝 껄끄러워졌을 것이다.

이렇듯 동성애를 정의함에 있어 성적정체성이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성적정체성이라는 층위는 후천적인 요인이 매우 강하다. 사회적 성, 즉 또 다른 성의 층위에 의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아내를 사랑한 여자>에서는 남성의 마음을 지녔으되 신체적으로는 여성을 타고난 미쓰코가 등장한다. 미쓰코가 스스로를 남성이라고 여기게 된 건, 개인이 타고난 성향 중 많은 부분이 사회적으로 남성적이라고 칭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명한 심리학자 Jung은 남성과 여성, 그 내부에는 각각 Anima Animus가 존재한다고 이야기한 바가 있는데, 이는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여성적, 혹은 남성적이라고 일컬어지는 특성들을 모두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이 특성들은 사실은 성적인 특징들을 지니고 있지는 않으나, 사회적으로 양쪽 중 어느 한 쪽의 굴레를 쓰게 된다. 신체적 성이 가장 중요했던 과거에는 신체적 성에 걸맞는 행동과 특성만을 보이는 것이 정상이다는 관념이 강했고, 이에 따라 사회적인 규제가 암묵적으로 행해졌다. 따라서 신체의 성에 반한다고 여겨지는 특성이 강했던 사람들은 성적정체성의 혼란을 빚게 되었던 것이다. <아내를 사랑한 여자>에서의 미쓰코 또한 스스로의 성에 대한 확신이 없이 양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사람들의 경우는 여성도 남성도 아닌 마음의 상태이므로 결코 한 쪽의 성으로 꼬집어 이야기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굳이 사족을 달자면, 세기의 이슈였던 <킨제이 보고서>에서 말하는 양성애자가 이런 사람들을 의미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므로 동성애의 정의에서 동성인 사람끼리란 스스로의 성적정체성이 명확하며 동일한 사람들을 칭해야 할 것이다. , 스스로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고 있는 그들이 선택한 동성애란 결코 타의적이라거나 어쩔 수 없는 환경의 것이 아닐 것이다.

 

2.     그리스도인의 시각

그렇다면 이 동성애에 대해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

 

성적정체성이 분명하며 동일한 사람들끼리의 사랑인 동성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시각들이 존재한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불행이라느니, 삶의 방식이라느니, 혹은 정신분석학적인 측면에서 비추어볼 때 사회적인 결핍이라느니 하는 소리들이 많다. 그 원인을 밝히자면 아마 수천년, 수만년이 걸려도 100% 알아내기 힘들 것이다. 사회 문화적 요인, 생물학적 요인, 그리고 또 다른 요인들이 얽히고 설켜 이루어진 하나의 형태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원인을 밝히는 것보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동성애가 성경에서 금한 하나의 죄라는 것이다. 마치 백태만상의 도둑질의 원인을 통합적으로 밝히는 것이 결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불의한 자가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줄을 알지 못하느냐. 미혹을 받지 말라. 음란한 자나 우상숭배하는 자나 간음하는 자나 탐색하는 자나 남색하는 자나 도적이나 탐람하는 자나 취하는 자나 후욕하는 자나 토색하는 자들은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하리라.”           

(고린도전서 6:9~10)

 

이를 인하여 하나님께서 저희를 부끄러운 욕심에 내어 버려두셨으니 곧 저희 여인들도 순리대로 쓸 것을 바꾸어 역리로 쓰며 이와 같이 남자들도 순리대로 여인 쓰기를 버리고 서로 향하여 음욕이 불일 듯 하매 남자가 남자로 더불어 부끄러운 일을 행하여 저희의 그릇됨에 상당한 보응을 받았느니라

                                                                                     (로마서 1:26~27)

 

위의 성경구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성경에서는 남색하는 자혹은 탐색하는 자에 대해 불의한 자라고 말씀하고 계신다. 또한 저희의 그릇됨에 대한 상당한 보응이 있을 것임을 밝히고 계신다. ‘동성애불의, 죄임을 이렇게 명확하게 보여주고 계시는데 이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반기를 들고 나설 수 있겠는가?

물론 여기서 하나 명확히 해야 할 것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도둑질이나 거짓말등은 매우 조그마한 죄로 여기면서 간음이라든가 (특히) ‘동성애는 매우 커다란 죄인 양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상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죄는 죄며, 그 죄가 덜하고 더하고는 없다. 죄 자체가 모두 하나의 무게이며 똑 같은 잘못이다. 예수님이 아담 때부터 세상 종말까지의 그 모든 죄를 대속하러 오시기 전, 수백 가지의 율법 중 어느 하나를 어기기만 해도 하나님과 분리되어 영원한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사실을 상기해보라. 그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거짓말 하나에도 우리는 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고통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굳이 동성애이기 때문에 커다란 죄다 아니다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금하신 죄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동성애가 행해져서는 안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모든 죄처럼 여겨야 하지, 인간의 도덕과 사회 관습에 의해 동성애자들을 마치 벌레마냥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또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씀을 되새기면서 인간에게 타인을 정죄할 권리가 없음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3.     차별금지법

과연 인간의 윤리와 사회규범을 법으로 제한할 수 있는가?

 

2007년도에 공고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고 결국 기각되어 재검토 중이라고 알려진 <차별금지법>은 이른바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전력, 보호처분, 성적지향, 학력,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며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를 규정한 기본법이라 한다. 물론 사람들 사이에서의 차별은 지양 되어야 할, 매우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세상 사람들 하나 하나 그 모두가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그렇기에 가장 고귀한 피를 뿌려 구하신 귀한 존재들이기에 다른 사람들을 특정 사람들보다 낮게 여기는 행동은 십자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사람들 사이에서 결코 이루어져서는 안될 행동 양상이다.

그러나 이를 으로 제정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지켜야 할 의무로 만든다는 것, 또한 쉽사리 수긍할 수 없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은 그 강제성을 지니며 이것은 사람들의 자유의지에 반하는 행위이다. 일찍이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신 후, 자유의지를 주신 것은 사람 스스로가 원해서 사랑과 존경을, 그리고 찬양을 하나님께 돌려드리도록,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셨기 때문이다. 마음과 의지가 없는 로봇에게 사랑해라는 등의 말을 들어도 결코 기쁘지 않음과 같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사랑과 존경이 아니면 하나님 또한 기쁘시지 않으셨으리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굳이 동성애자혹은 성적 소수자의 경우가 아니라도, 진실된 존중이 없이 강제적으로 행해지는 <차별금지법>은 결코 그들 마음속의 장벽과 차별을 허물지 못할 것이며, 따라서 <차별금지법>은 또 하나의 허울만 좋은, 그저 그렇고 그런 법률 중 하나가 되고 말 것이다.

 

 

 

 

Reference

 

민중서각출판부, 국어대사전 (민중서각, 1993)

Jack O.Balswick, Authentic Human Sexuality (IVP, 2002)

東野圭吾, 아내를 사랑한 여자 (창해, 2006)

Jeffrey S.Nevid, Abnormal Psychology in a Changing World (Pearson, 2006)

해설 찬송가 편찬위원회, 성경 (아가페, 2004)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http://lgbtact.org,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