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matism

옮기다 (2010.10.19)

Liddell 2010. 11. 18. 10:48

-.. 그렇게 되더라고요,

 

까만 하늘 아래 펼쳐진 도시의 불빛을 내려다보다가 N이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결국, 다들 결혼해서 잘 살더라고요.

 

정말 그랬다. 한 때는 너 없이는 죽겠다고, 울고 불며 매달리던 사람들도, 두 손목을 그어 상흔을 남기고만 사람들도, 밤 늦은 시간 전화해 지금 바다에 들어간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던 사람들도, 결국은 다들 잘 살아간다.

 

-, 부질없어요. 스쳐 사라지는 감정들이에요.

 

가슴 속에 담아놓았을 때는 그렇게도 무거웠던 이 말 한 마디가, 내뱉는 순간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어디에도 쏟아놓을 수가 없어 주체하지 못했던 그 감정이, 표현되는 순간 우스울 뿐인 찰나의 미련이 되어버렸다. N은 물밀 듯 밀려오는 허탈함에 눈을 들었다. 유리창에 어릿하니 갈 길 잃은 그림자가 도시의 밤 하늘을 헤매고 있다.

 

-그렇지 않아.

 

가만히 N의 말을 듣고 있던 S가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내려놓았다. 고즈넉한 공간에 울리는 S의 목소리가 껍데기만 남은 듯 공허했던 N을 채운다. S N을 바라보며 눈꼬리가 처진 미소를 지었다.

 

-사랑은 사라지는 게 아니야. 그저, 다른 사람에게 옮겨지는 것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