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한 빡침(2021.04.30)
머리가 지끈 지끈 아파왔다. 가까운 관계라는 건 왜 그렇게 쉽게 망그러지는 건지. 손을 뻗어 인형을 끌어와 꼭 그러안았다.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내가 아무말도 안 건네도 되고, 나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나의 작은 인형.
문득 그가 내게 바라는 게 그런 존재란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원할 때 그 자리에 있고 본인 맘에 드는 것만 해야하는, 아주 작은 위로 같은 것.
하지만, 나도 살아숨쉬는 인간인걸. 내게도 나의 생각이 있고 하고픈 말이 있다. 나의 삶의 방식이라는 걸, 그는 전혀 존중해주지 않는다. 그가 원하는 건 오로지 잘 예속된 인형일 뿐이지.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사람들은 내가 심각한 순간에도 웃음끼 섞인 말을 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나는 그 순간이 웃겨죽겠다. 스스로에 대한 자조 섞인 웃음이기도 하고, 당신들의 위선 섞이고도 이기적인 행태가 가소롭다는 웃음 이기도 하다.
제발 나 좀 그만 괴롭혔음 좋겠다. 그렇게 툭하면 내 행동이나 태도가 맘에 안든다고 투덜거릴거면 그냥 나 좀 놔. 귀찮아죽겠으니까. 남의 눈치 보는 것도 적성에 안 맞고 내가 나 자신으로 살지 못하는 건 진짜 질색이거든.
어디 잘 맞는 사람 잘 찾아보세요. 난 아닌 거 같으니까. 아니, 왜 굳이 그런 내가 갖지못한 성정을 나한테서 찾는 거야?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인정을 하고 받아들이든가, 못 견디겠으면 이런 관계 그만두면 아닌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맘에 안 들면 안 만나면 되잖아. 어이가 없네.
오늘의 노래는 벨라 포치의 Build a bi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