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nderland/Writings

데카르트 <성찰>

Liddell 2011. 4. 25. 19:03

1성찰

의심할 수 있는 것들에 관하여

 

데카르트는 학문을 함에 있어서 참된 것으로 간주해왔던 모든 것들을 뒤집어 거짓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가 아는 모든 지식을 의심하고 일일이 검토한다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기 때문에 그 지식들의 기반인 원리들 자체를 ipsa principia 검토한다.

감각으로부터 a sensibus, 혹은 감각을 통해서 per sensus 받아들인 것들을 참된 것이라고 생각해왔으나, 사실상 감각을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다. 물론 감각을 통해 알 수 있는 것들 중에는 그 현존을 의심할 수 없는 것들도 존재하나, 그것들은 매우 단순하고도 보편적인 것들로서, 따라서 복합적인 것을 고찰하는 학문을 제외한 대수학, 기하학 등의 일반적이고도 단순한 학문들만이 그 현존을 의심받지 않는다.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을 만큼 매우 힘이 드는 일이기는 하지만,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해나가기 위해서 유능하고도 교활한 악령이 genium aliquem malignum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가정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악마의 꿈의 환상 ludificationes somniorum 이라고 믿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감각 기관은 이 악마의 속임수로, 실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2성찰

인간 정신의 본성에 관하여; 정신이 물체보다 더 쉽게 인식된다는 것

 

모든 것을 의심하기로 결심한 데카르트에게 있어 확실한 사실은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뿐이다. 그런데 데카르트는 신의 존재에 대해 스스로에게 설득하고 있기 때문에 설득 당하는 스스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나는 있다, 나는 현존한다 ego sum, ego existo, 이 유명한 명제가 완성이 되는 것이다.

모든 일에의 회의를 결심하기 이전의 데카르트는 물체의 본성에 대해 촉각, 시각 등의 감각 기관을 통해 지각되고 다른 물체와 접촉함으로써 운동하는 것이라고 파악해왔다. 그러나 회의 속의 데카르트는 사유만이 cogitatio 자신이라는 사물에 속하는 확증적인 존재임을 말한다. 사유하는 동안 존재하는 데카르트는 의심하고, 이해하고, 긍정하고, 부정하며, 의욕하고, 의욕 하지 않으며, 상상하고, 감각한다. 비록 그 대상이 참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상상하는 힘과 감각하는 힘 자체가 현존하고 실제로 사유에 포함됨에 따라 이들은 데카르트와 분리될 수 없는 것들이다. 어떠한 사물을 지각함에 있어 오류가 존재할 수 있으나, 이 사물은 인간의 정신 없이는 지각될 수 없기 때문에, 사물의 지각은 그 자체로 인간 정신의 현존을 증명한다.

 

3성찰

신에 관하여; 그가 현존한다는 것

 

명석 판명한 지각 이라는 것은 clara quaedam disncta perceptio 결코 어떠한 사물의 본질, 그 참과 거짓을 판별함에 있어 실수를 저지를 수 없기 때문에, 데카르트는 극히 명석 판명하게 지각되는 것들은 모두 참이라는 명제를 설정한다.

과거에 알았던 사실들에 대해서 모두 회의하면서 데카르트는 산술적, 혹은 기하학적인 단순한 사실들은 모순을 포함할 수 없고 명약관화한 사실이라 이야기하는데, 만약 신이라는 존재가 있어 그에게 잘못을 범할 수 있는 본성을 부여했다면 그의 지각이 거짓된 것일 수 있기 때문에, 몇 단계를 거쳐 신의 존재 여부를 고찰하고자 한다.

그것이 본유적이든지 innatae 외래적이든지 adventitiae, 혹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이든지 faxtae 참일 수 밖에 없는 관념은 감각을 통해 드러나는 양태 혹은 우연적 성질로 인해 외부 사물과 유사하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관념은 감각 기관을 통해 판단되는 관념보다 더 큰 개념으로, 더 많은 표상적 실재성을 내포한다. 실재성을 더 많이 내포하는 것이 그보다 덜 내포하는 것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또한, 관념에 의해 지성 속에 표상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은 다소 불완전하더라도 무로부터는 생성될 수 없기 때문에 그 원형을 반드시 지닐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 관념들의 원인이 되는 다른 사물들도 실존할 수 밖에 없다.

더더군다나 인간 자신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할 수 없는 성질들, 예를 들어 무한하고 비의존적이며, 전지전능한 성질을 지닌 신은 필연적으로 현존한다고 결론지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신이라는 관념은 극히 명석 판명하며 세상의 그 어떤 물질보다도 표상적 실재성을 많이 지니고 있다. 이 신이 지닌 완전성이란 통일성을 지니고 있으며 분리가 불가능한 것으로, 신은 스스로 현존하는 힘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인간 자신의 존재 근거가 되고 보존하는 원인이 된다. 인간에게 주어진 신의 관념은 매우 본유적인 것으로 신이 인간을 창조할 당시에 심어준 것이다. 이러한 완전한 존재로서의 신은 결코 기만자일 수 없으며, 모든 사기와 기만은 다른 이유로부터 근거한 것이다.

 

4성찰

참과 거짓에 대하여

 

불완전성을 내포하는 사기나 기만은 결코 신으로부터 나올 수 없는 것으로, 신과 무의 중간자로서의 인간이 지닌 판단 능력이 잘못 사용되었을 때, 인간은 참과 거짓을 제대로 판별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로서 결여되어 privatio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간을 창조한 신의 목적은 알 수 없으나 피조물 하나 하나가 아닌 이 세계 전체를 통찰 해 볼 때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로 완전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데카르트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간의 오류를 야기하는 자유의지, 오성과 의지는 가장 낮은 단계의 자유인 비결정성의 단계가 아닌, 전적으로 자유롭게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단계에 머물기 때문에 그 오류의 원인을 자유의지를 부여한 신에게 도릴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의 오성은 그의 의지보다 범위가 좁기 때문에 오성의 범위를 넘어서는 순간 제멋대로 개연성과 상상력을 발휘하는 의지에 의해 오류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인간이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히 명석 판명하게 지각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 옳은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5성찰

물질적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그리고 다시 신이 현존한다는 것에 대하여

 

명증적으로 알 수 밖에 없는 진리들, 대수학이나 기하학 등은 데카르트에게 있어 가장 확실한 것들이었다. 그 중 어떤 관념을 생각 속에서 끌어내어 어떠한 사물에 속한다고 명석 판명하게 귀결짓는다면 그 사물이 현존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된다. 다섯 번째 성찰에서 데카르트는 이 근거를 들어 신의 존재를 한 번 더 증명해낸다. 신이 지닌 완전성은 현존과 분리될 수 없고, 이 현존이라는 것 자체가 완전성의 일부이기 때문에 완전한 신은 현존할 수 밖에 없으며, 이 신의 관념은 가장 참되고 불변하는 본성의 상이다.

 

6성찰

물질적 사물의 현존 및 물체의 실재적 상이성에 관하여

 

스스로의 속에 내재된 관념을 들여다보는 순수 오성과는 달리 상상력은 자의적으로 이해된 관념이나 감각에 의거한 관념과 상응하는 어떤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 상상력은 개연성만을 지녔을 뿐, 명확한 실재적 논거를 포함하지 않는다. 이 상상력을 유발하는 감각에 의하여 지각된 관념은 매우 생생하고 선명하여 마치 진실을 전달하는 듯 하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 있어, 심지어는 내적 감각의 영역에서조차 감각은 거짓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완전한 신을 생각할 때에 인간은 명석 판명하게 인식하는 것들은 결코 의심될 수 없으며 분리될 수 없다. 인간이 지니는 사유 능력인 상상과 감각 또한 의심될 수 없으며 그 능력을 담고 있는 어떤 실체 또한 의심될 수 없는 것들과 분리될 수 없는 관계에 있으므로 의심되어서는 안 된다. 감각이 물체에서 유래한다는 것은 신으로부터 온 경향성으로, 신은 기만자가 아니기에 이는 진실된 것이므로 물체는 실재한다.

뇌의 지극히 일부분만의 지배를 받는, 전적으로 불가분적인 정신과는 달리 언제나 가분적인 물체의 특성과 운동들에 대한 신체의 동시 반응성, 그리고 하나의 감각만을 전달하는 한계로 인해 정신과 육신의 합성체인 인간은 선한 신의 창조물임에도 불구하고 오류를 범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감각, 기억, 오성을 판단함에 있어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탓이리라.